
1995년 8월, 푸에르토리코 카노바나스의 어느 농장. 가축 여덟 마리가 목에 구멍 두 개만 남긴 채 쓰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피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게 '추파카브라(Chupacabra)'라는 이름이 가장 자주 인용되는 시작점입니다. 스페인어로 '염소(cabra)를 빠는(chupar) 자'. 라디오 진행자였던 실베리오 페레스가 한 방송에서 농담처럼 붙인 별명이, 카리브해를 건너 텍사스까지 30년을 굴러왔습니다.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이 이야기,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겠더라구요.
1995년 8월, 카노바나스 농장의 새벽 풍경
그 여름 푸에르토리코 동북부 카노바나스에서 시작된 가축 폐사 보고는 한 건이 아니었습니다. 푸에르토리코 현지 일간지 보도 기준으로 몇 주 사이 섬 안에서만 150건 가까운 비슷한 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요. 양·염소·닭·오리, 종류는 다 달랐는데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목 주변에 작은 구멍 두 개. 그리고 사체 옆 흙바닥이 깨끗했다는 진술이었어요.
새벽에 농장 주인이 손전등을 들고 마당으로 나와 쪼그려 앉은 채로 사체를 한참 들여다보는 장면. 90년대 푸에르토리코 지역 신문 사진들이 거의 그런 구도로 남아 있습니다. 피가 한 방울도 안 보였다는 진술이 결정적이었지요. "이건 보통 들개 짓이 아니다"라는 말이 동네에서 동네로 옮겨가는 데 며칠이 안 걸렸다고 합니다.

키 1미터·붉은 눈·등에 가시, 톨렌티노가 그린 첫 그림
이 사건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이름이 마들렌 톨렌티노예요. 같은 해 카노바나스에 살던 주민으로, 자기 집 창문 너머로 이상한 생물체를 봤다고 진술한 인물입니다.
그녀가 그린 모습이 꽤 구체적이에요. 키는 어른 가슴께, 그러니까 1미터쯤. 이족보행. 검고 큰 눈에 붉은 빛이 돌고, 등줄기를 따라 가시 같은 돌기가 솟아 있었다고요. 피부는 회색에 가까웠고, 팔이 어색하게 길었다는 진술도 같이 남았습니다. 7~80년대 SF 잡지 표지에 자주 등장하던 외계인 그림을 떠올리시면 거의 비슷해요.
이 진술이 동네에 퍼지면서 추파카브라는 단순한 '미상 포식자' 단계를 넘어 하나의 캐릭터가 됐습니다. 몇 달 안에 티셔츠·머그컵·만화책이 쏟아져 나왔지요.

영화 '스피시즈'와 묘하게 겹친 외형의 비밀
여기서부터가 묘한 부분인데요. 미국의 회의주의 조사자 벤저민 래드퍼드(Benjamin Radford)가 이 사건을 십수 년 추적한 끝에 책 한 권을 묶었습니다. 그가 결정적이라고 본 단서가 하나 있어요.
래드퍼드가 정리한 인터뷰 기록에 따르면, 톨렌티노가 첫 목격을 한 직후 자기가 며칠 전에 본 영화 한 편을 자연스럽게 언급했다고 합니다. 그 영화가 1995년 7월에 개봉한 SF 호러 〈스피시즈(Species)〉였어요. 영화 속 외계 생명체 '실(Sil)'의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검고 큰 눈, 회색 피부, 등줄기를 따라 솟은 가시 같은 돌기, 길고 어색한 팔. 톨렌티노가 묘사한 그림과 거의 같은 구도입니다.
래드퍼드는 이 부분을 "거짓 진술"이 아니라 "본 것 위에 본 것이 덮인 시각적 합성"이라고 풀었어요. 의도적 거짓말이 아니라, 어두운 마당에 잠깐 비친 무언가 위에 며칠 전 스크린에서 본 이미지가 얹혔다는 가설이지요. 래드퍼드의 가설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대목입니다.

텍사스로 넘어가자 추파카브라는 털 빠진 개가 되었다
2000년대로 넘어가면서 추파카브라는 국경을 넘었어요. 멕시코 북부와 미국 텍사스에서 새로운 보고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족보행하던 외계인 같던 생물이, 이제는 털이 거의 없고 피부가 두꺼워진 사족보행 짐승으로 그려지기 시작했지요. 농장 카메라에 잡힌 영상들도 다 비슷합니다. 어둑한 들판을 어색한 걸음으로 가로지르는, 깡마른 개 같은 실루엣. 2007년 텍사스 쿠에로(Cuero)에서 한 농장주가 사체를 발견해 보존한 이른바 '텍사스 블루독' 사건이 그 정점이었습니다.
DNA 검사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텍사스주립대 포번(Phylogenetics) 연구팀 분석에서는 약 97%가 코요테 계통과 일치했고, 일부는 코요테·늑대·개 사이의 혼혈로 분석됐다고 합니다. 미시간대 기생충학자 배리 오코너는 이후 매체 인터뷰에서 한 발 더 들어갔어요. "이건 사르콥테스 옴(Sarcoptic mange)에 심하게 감염된 코요테의 특징과 그대로 겹친다"는 설명이었지요. 옴에 걸리면 털이 다 빠지고 피부가 두꺼워지고, 사냥 능력이 떨어져 손쉬운 가축을 노린다는 점까지 들어맞아요.
3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은 카노바나스의 새벽
여기까지 정리해 보면 추파카브라는 사실 '두 마리'예요. 1995년 푸에르토리코의 이족보행 외계인 같은 생물체,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텍사스의 털 빠진 개. 이름만 같을 뿐 외형도 활동 방식도 다른 두 존재가 한 단어 아래 묶여 있는 셈입니다.
이 두 갈래 중 어느 쪽도 지금까지 신종 생물의 DNA로 확인된 사례는 없습니다. 사체가 발견되면 검사 결과는 거의 늘 코요테, 개, 너구리, 라쿤으로 돌아왔다고 해요. 가축의 '완전 흡혈'로 보였던 장면들도 부패 과정에서 피가 응고되고 아래로 가라앉는 사후 침강 현상으로 대체로 설명된다는 게 래드퍼드, 조 니켈 같은 회의주의 조사자 쪽 정리입니다.
다만 199

5년 카노바나스의 그 새벽, 톨렌티노가 창문 너머로 본 무언가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여전히 깔끔하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남아 있는 질문이에요. 영화 한 편이 한 사람의 기억에 어디까지 스며들 수 있는지, 그 경계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도 흥미롭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푸에르토리코 어느 농장 흙바닥에 남았던 작은 구멍 두 개는 깔끔한 답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